제주 근해의 ‘출입 금지 섬’, 수십 년째 한 승려만이 살고 있다

바다 위의 고요한 섬, 범섬

제주 남쪽 푸른 바다 한가운데, 지도에도 거의 표시되지 않는 작은 섬이 있다.
현지 어민들은 오래전부터 그곳을 “출입 금지 섬” 혹은 “수행의 섬”이라고 불러왔다.
그곳은 일반인의 접근이 철저히 금지된 지역으로, 한 명의 승려가 수십 년째 홀로 수행하며 살고 있는 곳이다.

“멀리서 보면 절벽 위에 조그만 절이 보여요. 밤에는 희미한 불빛이 반짝이죠.”
서귀포 인근 어부 김모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 섬의 이름은 **범섬(虎島, Beomseom)**이다.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 위치하며, 면적은 약 0.3㎢로 매우 작다.
바위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고, 파도가 거세 관광객은 물론 지역 주민도 접근하기 어렵다.

한 승려의 고독한 수행

현지 전설에 따르면, 1980년대 초 한 불교 승려가 속세를 떠나 자연 속에서 수행하기 위해 범섬에 들어왔다.
그는 지금까지도 섬을 떠나지 않고 세상과 거의 단절된 채로 생활하고 있다.
전기나 수도는 전혀 없고, 빗물을 모아 식수로 사용하며,
해초와 야생 식물, 그리고 직접 잡은 물고기로 하루를 버틴다고 한다.
필요한 물품은 한 달에 한두 번, 어민들이 배를 타고 건네준다.

그는 말을 거의 하지 않으며,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름도 없다.
하지만 주민들은 그를 “섬의 스님”이라고 부르며 조용히 존경한다.

출입 금지의 이유

범섬은 1970년대 이후 천연기념물 제421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섬에는 희귀한 해조류와 바닷새가 서식하고 있으며, 생태계 보전을 위해
정부는 비상 상황을 제외한 모든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섬 주변은 수심이 깊고 파도가 거세어 접근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다만, 수행 중인 승려는 예외적으로 거주 허가를 받은 특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당국은 그를 단순한 거주자가 아닌 섬의 보호자이자 생태 관리인으로 간주한다.

범섬에 얽힌 전설과 신비

범섬은 오랜 세월 동안 불교적 신앙의 성지로 여겨졌다.
옛 기록에 따르면 신라 시대 승려들이 이곳에서 용왕에게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일부 학자들은 범섬이 과거에 ‘바다의 수도원’ 역할을 했다고 해석한다.

현지 주민들 사이에는 여전히 이 섬에 신비로운 기운이 깃들어 있다는 믿음이 남아 있다.
폭풍이 몰아칠 때도 섬의 절벽 위 하얀 새들이 떠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 주민은 “범섬은 인간이 들어가기보다는,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자연과 하나 되는 삶

그 승려는 세상과의 연결을 거의 끊고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휴대전화도 인터넷도 없는 생활이지만, 그는 “충분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제주 불교계에는 그가 남긴 짧은 글귀가 전해진다.
물결이 부서지는 소리가 경전이요, 바람이 부는 소리가 염불이다.
이 문장 하나가 그의 인생철학을 모두 설명한다.
그에게 섬은 고립의 공간이 아니라 해탈의 장소, 세상과 단절이 아닌 진정한 연결의 길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는 이유

최근 SNS와 유튜브를 통해 범섬의 전설과 승려의 이야기가 퍼지면서,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이곳은 **‘신비로운 명상의 섬’**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주 당국은 다시 한 번 경고한다.
“범섬은 천연 보호 구역으로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지역이며,
방문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범섬을 보고 싶다면 서귀포 해안의 전망대나 드론 촬영 영상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방문 시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다.

  • 배를 타고 접근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 낚시, 다이빙, 촬영 등 모든 민간 활동이 금지된다.
  • 허가된 연구 목적 외에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인간과 자연의 경계에서

범섬은 단순한 섬이 아니다.
그곳은 인간이 자연을 침범하지 않고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그리고 그곳을 지키는 한 승려의 존재는 우리에게 묻는다.
고요함 속에서 진정한 자유는 무엇인가.

섬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는 세상의 모든 답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