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이 미야케가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6를 맞아 건축 스튜디오 엔삼블 스튜디오(Ensamble Studio)와 협업한 설치 작업, ‘더 페이퍼 로그: 셸 앤 코어(The Paper Log: Shell and Core)’를 공식 선보였다. 4월 21일부터 5월 5일까지 이어지는 이 탐색적 전시는 일본 브랜드의 특징인 의복 프레이팅 기술의 부산물을 재맥락화해 공간적·구조적 형상으로 재구성한 작품들로 관람객을 맞이했다. 이 설치물은 폐기된 압축 종이 롤을 재구성해 예술적·공간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실험적 연출로, 밀라노 매장 ISSEY MIYAKE / MILAN에서 공개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MIYAKE DESIGN STUDIO의 디자인 디렉터 소타시 코노도(Satoshi Kondo)의 구상에서 출발했다. 기존의 “페이퍼 로그”는 운송과 재활용을 위해 얇게 압축된 종이 롤이었으나, 이번 설치에서는 서로 다른 두 축으로 나뉜 섹션을 통해 대조적이면서도 보완적인 성격으로 재현된다. 한쪽 섹션인 “Shell(셸)”은 엔삼블 스튜디오가 제작했으며, 시간이 멈춘 듯 선명하게 남아 있는 종이 오브제들로 구성된다. 이 오브제들은 로그에서 벗겨낸 시트들을 겹겹이 쌓아 경화제 처리로 주름과 주름살 하나하나를 결정화시키며, 냉정하고도 매끄러운 질감을 만들어낸다.
반대편의 “Core(코어)” 섹션은 내부 프로젝트 팀의 작업으로 채워져 있다. 이 부분은 의자와 의자형 스툴, 테이블 같은 가구 시제품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원재료의 물성을 탐구하는 이 시제품들은 종이를 왁스에 담그는 처리, 접착제로 칠하기, 혹은 견고한 다발로 묶어 구성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재료의 가능성을 드러낸다. 디자인과 건축의 경계 영역에서 이 협업은 보조적 재료를 근본적 형태의 연구 주제로 전환시키며, 형태, 기억, 그리고 지속성에 관한 심층적 탐구를 제시한다.
더 페이퍼 로그: 셸 앤 코어 설치는 패션과 건축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물질성과 공간성을 실험하는 전시로, 관람객에게 일시적이지만 강렬한 형태의 기억을 남긴다. 두 섹션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종이의 물질성을 드러내며, 물리적 실험과 의미의 재구성을 동시에 제시한다. 이 협업은 이세이 미야케가 전개해온 프레이밍 기술의 부산물을 예술적 실험으로 승화시키고, 디자인과 건축의 협업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한국 관람객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가게 한다.
전시는 4월 21일부터 5월 5일까지 ISSEY MIYAKE / MILAN 매장, Via Bagutta 12에서 대중에게 공개된다. 이 기간 동안 방문객들은 압축 종이 롤이 만들어낸 셸의 정제된 시간성과 코어의 실용적 가구 미학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세이 미야케의 이번 협업은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부산물의 재해석이 어떻게 예술적 형식과 기능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